2017년 개봉한 영화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은 19세기 미국에서 서커스 사업을 성공시킨 P.T. 바넘의 삶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화려한 뮤지컬 넘버와 감동적인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영화 속 이야기와 실제 역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위대한 쇼맨'이 실제 역사와 어떻게 다른지, 바넘의 실제 삶, 그리고 영화가 선택한 각색의 방향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P.T. 바넘, 영화와 다른 실존 인물
영화에서 P.T. 바넘(휴 잭맨 분)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쇼 비즈니스를 개척하며, 기존의 편견을 깨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무대를 선사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 속 바넘은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긍정적인 인물만은 아니었습니다. 실제 필리프 티페 바넘(Phineas Taylor Barnum, 1810~1891)은 뛰어난 사업가였지만, 윤리적으로 논란이 많은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기묘한 전시(Freak Show)’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이나 외모가 독특한 사람들을 대중 앞에 세웠습니다. 영화에서는 이들을 하나의 가족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로 바넘이 이들을 착취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이스 헤스(Joice Heth)라는 여성입니다. 바넘은 그녀를 ‘조지 워싱턴의 유모’라며 160세가 넘은 흑인 노인으로 소개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실제로 80세가 채 되지 않았고, 바넘은 단순히 흥행을 위해 나이를 부풀린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녀가 사망한 후에도 바넘은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부검을 공개하는 등 논란이 되는 행동을 했습니다. 영화 속 바넘은 사회적 편견을 뛰어넘어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는 인물로 나오지만, 실제 바넘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용해 돈을 벌었던 냉철한 사업가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그는 현대 쇼 비즈니스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지만, 영화처럼 순수한 열정가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인물입니다.
2. 서커스단의 실제 모습과 논란
‘위대한 쇼맨’에서 바넘이 만든 서커스단은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차별받던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찾고 빛을 발하는 곳으로 묘사됩니다. 대표적인 캐릭터로는 털이 많은 여성 레티 루츠(Keala Settle 분), 난쟁이 톰 섬(샘 험프리 분), 그리고 공중 곡예사 앤 휠러(젠다야 분) 등이 있습니다. 영화는 이들이 바넘을 통해 세상의 편견을 극복하고 무대 위에서 당당해지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현실 속 바넘의 서커스단은 영화처럼 따뜻한 공동체가 아니었습니다. 바넘은 외모가 독특한 사람들을 ‘기형적인 존재’로 홍보하며 상업적인 흥행을 노렸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속에서 키가 작은 인물로 등장하는 찰스 스트래튼(영화에서는 톰 섬)은 바넘이 실제로 키가 작은 어린이를 데려와 ‘톰 섬 장군’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사례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바넘은 스트래튼을 나폴레옹처럼 차려입게 하고, 군인의 역할을 시키며 관객들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또한, 바넘의 쇼에는 코끼리를 학대하는 동물 공연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점보(Jumbo)라는 코끼리를 이용한 공연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동물 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바넘의 서커스는 2017년에 동물 보호 단체들의 압박과 사회적 인식 변화로 인해 결국 폐업하게 됩니다. 영화는 바넘이 차별받던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었다고 하지만, 실제 바넘은 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한 측면이 더 강했습니다. 하지만 바넘의 쇼가 결과적으로 장애인과 비주류 인물들에게 직업을 제공했고, 이들이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해석도 존재합니다.
3. 바넘의 가족 이야기, 영화 속 미화된 부분
‘위대한 쇼맨’에서는 바넘이 아내 채리티(미셸 윌리엄스 분)와 두 딸을 사랑하는 헌신적인 가장으로 그려집니다. 그는 가정을 위해 성공을 꿈꾸고, 결국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 속 바넘의 가정사는 영화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먼저, 영화 속에서 바넘은 아내 채리티와 평생을 함께한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 바넘은 첫 번째 아내가 사망한 후 재혼했습니다. 채리티 바넘은 1873년 사망했고, 바넘은 그 후 40세 연하의 여인과 결혼했습니다. 이는 영화에서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은 사실입니다. 또한, 바넘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항상 헌신했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는 사업 확장을 위해 집을 자주 떠나 있었고, 가족보다 사업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의 딸들은 그가 만든 쇼와 서커스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탐욕스러운 사업가로 여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바넘을 이상적인 가장으로 묘사했지만, 실제 그의 삶은 훨씬 복잡하고 논란이 많았습니다.
결론
‘위대한 쇼맨’은 실제 역사 속 바넘의 모습을 상당 부분 미화한 작품입니다. 바넘이 쇼 비즈니스의 선구자인 것은 맞지만, 영화처럼 차별과 편견을 완전히 극복한 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는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때로는 과장과 속임수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감동이 퇴색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대한 쇼맨’은 희망과 꿈을 강조하는 이야기로, 차별받던 사람들이 당당히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과 다르지만, 보는 이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결국,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관객의 몫입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바넘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영화가 전달하는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대한 쇼맨’을 보며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닌, 그 이면의 역사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